2024. 1. 10. 16:58ㆍLife/Review
학부 마지막 학기인 9학기를 마치고 현재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대학원 합격 소식은 작년 9월에 접했고, 합격하면 언젠가 꼭 합격 후기 글을 써야지- 하다가 이제야 쓰게 됐다. 지원 당시의 절실함과 불안감은 많이 잊혀진 상태지만 (힘든 건 금방 까먹는 편)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준비했기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학부 생활
나의 학부 생활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1학년 (2019 상반기, 하반기) | 이게 전공 수업이라고? 프로그래밍이 뭐지? 웹 개발 동아리 멘티로 활동 |
2학년 1학기 (2020 상반기) | 자료구조의 쓴 맛을 보다, 웹 개발 동아리 멘토로 활동 |
2학년 2학기 (2020 하반기) | 학점 관리 시작, 선배들과 친해지며 자잘한 웹 개발 활동 |
3학년 1학기 (2021 상반기) | 번아웃, 웹 개발에 대한 회의, 영화를 본 뒤 대학원에 대한 고민 시작 |
휴학 (2021 하반기) | 번아웃 외면하기, 개발자/디자이너 연합 동아리, ICT 멘토링, 자잘한 해커톤, 교환학생 준비 |
3학년 2학기 (2022 상반기) | 교환학생, 미국에서 살아가기란 어떤 건지 짧게나마 느끼기, 대학원 진학 확신 |
4학년 1학기 (2022 하반기) | 한국에 다시 적응하기,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극복하기, 자대 학부연구생 |
2023 겨울 | 진학 예정인 연구실에서 겨울 인턴 |
4학년 2학기 (2023 상반기) | 졸업 준비, 대학원 진학 준비, 학회 |
2023 여름 | 진학 예정인 연구실에서 여름 인턴 |
5학년 1학기 (2023 하반기) | 대학원 합격 후 펑펑 놀기 |
대학과 학과를 정했을 당시에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차이조차 잘 알지 못했고,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프로그래밍이 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진로는 물론이고 무언가를 깊게 공부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지 않았고 그나마 중학생 때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웹 개발을 했었어서 대학 연합 웹 프로그래밍 동아리에 들어가 웹 개발을 했다.
많은 컴퓨터 전공자들이 그렇듯 2학년 때 자료구조 수업을 들으며 스스로 코딩을 정말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각성을 했고, 그 다음 학기부터는 학과 선배들과 친해져 여러 정보를 공유받고 함께 웹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문득 갓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학점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보면 현재 내 연구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활동들이지만, 한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내외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성실성과 리더십은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이 활동이 나한테 도움이 될지', '이 활동 말고 다른 걸 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단 열심히 해서 결과물을 내고 그 다음에 생각해보라고 얘기하는 편이다.
3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방학에는 번아웃이 왔다. 웹 개발을 업으로 삼을 만큼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자발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는 기술을 따라잡고자 하는 열정이 부족했다. 무수히 쏟아지는 강의, 캠프, 학원을 보며 대학 진학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이미 개발자/디자이너 연합 동아리를 한 번 정도는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한 상태였기에 동아리를 여기저기 지원하여 최종 합격한 동아리에서 백엔드 개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과 선배의 권유로 ICT 멘토링을 시작했다. 교내에서 열린 해커톤에 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수상 실적을 얻을 수 있었고,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사람들과 단절되지 않은 채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하반기에는 휴학을 하며 상반기에 시작한 여러 활동들을 마무리 짓고 미국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만큼 몸과 마음이 분주한 시기였다. 번아웃을 극복했다기보단 번아웃을 외면하고 킵고잉하는 능력을 얻은 것 같다.
미국에 가서는 해외에 잠시 머무르며 여행하는 것과 해외에 정착해 살아가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도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 인종차별과 총기사고를 경험하고 나서는 더욱 겁이 많아졌다. 😅 스택오버플로우를 참고해 단 몇 초만에 에러를 해결하는 현지인 친구들을 보며 영어를 잘하는 것은 엄청난 힘임을 느꼈고, 미국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미국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웹 개발 활동을 하지 않게 되자 자연스레 관심이 대학원으로 기울었다. 미국 박사를 준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희망 연구 분야와 관련해서 해본 것이라곤 수업 수강밖에 없었기에 우선은 자대에서 학부연구생을 하기로 결심하고, 귀국할 때 쯤 연구실에 컨택을 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교수님과 면담을 한 후 학부연구생을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국내 학회에 포스터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포스터 논문을 발표하러 간 학회에서 여러 연구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나의 희망 연구 분야와 진학 희망 연구실을 정하게 되었다.
곧 진학할 연구실에서는 두 번의 인턴 생활을 했다. 작년 1~2월에 한 번, 7~8월에 한 번 진행했다. 인턴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이곳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시간을 더욱 쪼개 나를 알아가는 데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을텐데, 연구실 분들 모두가 너무 친절히 도와주셨고 내가 이곳에 꼭 올 것이라는 포부(!)를 보이니 응원과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결과적으로 이곳에 합격하여 봄학기에 입학할 예정이다.
1차 서류
1차 원서접수 때 내야 하는 서류들은 위와 같았다. 매번 동일한 것 같다. 키워드 및 자기소개서의 경우 원서 접수 사이트에서 내용을 채우면 되는데 글자수 제한이 넉넉하지 않아서 내용을 집약해서 채워넣었다. 특히 수상 실적의 경우 상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적지 않았고 상 이름만 나열했다. 자기소개 및 면학계획 파트에는 이곳에 지원하기까지의 여정을 풀어서 작성했다. 지원을 결심하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었고, 이후 학부연구생, 학회, 인턴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아왔기에 소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고 열정이 잘 드러나도록 풀어쓰는 것이 관건이었다. 많은 분들께 피드백을 부탁드렸고 이를 바탕으로 문단끼리의 연결과 내용 순서 등을 여러 번 수정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공인영어성적표로는 다행히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보았던 토플 성적이 만료되기 직전이었어서 토플 성적표를 제출했다. 이번에 합격하지 못하면 영어 시험까지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었다. 우수성 입증자료로는 자소서에 언급한 수상 실적의 상장 사본을 모두 제출했고, 학부연구생, URP, 교육봉사, 동아리, 학회 등 활동한 것들을 pdf로 정리해서 제출했다. 필수는 아니었지만 있으면 무조건 좋을 것이란 생각에 교수님 추천서도 제출했다. CV도 제출할까 했지만 사실상 다른 자료들의 요약집이라 넣지 않았다. 제출한 자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교수님 추천서
- 학부연구생 때 작성한 포스터 논문
- 학회 프로젝트 설명서
- 각종 수상 실적 상장 사본 및 설명서
- ICT 멘토링 때 작성한 논문
- 코딩 봉사 활동 인증서 및 설명서
- 대학 연합 웹 프로그래밍 동아리 활동 인증서 및 설명서
- 교환학생 성적표
2차 면접
1차 합격 발표가 나고 일주일 뒤에 면접이 있었기에 발표가 나기 전에 합격했다고 가정하고 면접을 준비했다. 내가 지원한 곳은 전공 면접 또는 이론 면접이 아닌 발표 면접 형태로 15분간 면접이 진행되었다. 지원동기 - 학업역량 - 학업계획 을 권장하고 있어서 수정 없이 이 구성으로 PPT를 제작하여 발표를 준비했다. 1차로 만든 PPT는 전체적으로 너무 차분하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좀 더 반짝반짝 몽글몽글하게 만들었고, 대학원 진학에 대한 열망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했다. 면접이라 좀 차분하게 만들어야 할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거 같다. 사진이나 이해를 돕는 그림을 많이 넣었다. 학업계획의 경우 해보고 싶은 연구의 큰 타이틀을 언급하고, 좀 더 세부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대본을 읽어도 되지만 대본 읽는 게 더 떨릴 것 같아서 다 외웠다.
1차 합격 결과를 받고나서 마저 면접을 준비했다. 오랫동안 준비해서 떨리기보단 빨리 해치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면접 당일 차례가 되어서 면접실 문을 열었는데 교수님들이 생각보다 더 무심하셔서 머쓱했다. 단상 앞으로 가서 타이머를 확인하고 피피티를 넘기며 발표를 진행했다. 오히려 반응이 크지 않으니 덜 떨렸다. 나의 야심찬 개그에도 반응이 없었지만... 하려던 말을 시간 내에 다 할 수 있어서 후련했다. 10분 동안 발표하고 5분 동안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는데, 발표를 마치고 나니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 교수님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와 같은 답변은 하지 않아서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또 질문이 아예 안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렇게 질문이 쏟아지는 게 더 긍정적인 것 같아서 기대를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합격!
현재 석사 과정에 합격해서 입학 전까지 쉬는 중이다. 취업과 대학원 사이에서 고민을 오래 했는데 한 번 길을 택하고 나니 더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 결정하고 나면 그 후로는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되므로 결정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거 같다. 다만 석사 2년은 정말 짧은 기간이어서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닌 거 같다. (1년 정신 없이 공부하고, 1년 정신 없이 졸업 준비하면 끝) 구체적일 필요 없이 두루뭉실 하게라도 하고 싶은 연구가 있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심오하게 고민할 것까지는 아닌 거 같다. 앞으로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ㅎㅎ 우선은 이렇다. 앞으로의 2년 화이팅! 그리고 나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 <소울>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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