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d States] New York, Manhattan #4

2023. 10. 10. 18:24Life/United States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학교로 이동하기 하루 전 날이었다. 학교가 도심에 있지 않아서 JFK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SYR 공항에서 또 버스를 타고 2시간반 정도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날 뉴욕주 북부에 눈이 너무 심하게 내려서 하루에 두 번 있는 버스가 모두 취소되어 각국의 교환학생들 모두 멘붕이었던 상황이다. 버스도 버스지만 시라큐스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도 취소될까봐 조마조마했다. 그치만 한국에서 이미 미국으로 떠나온 상태여서 그런지 어느 정도 베짱이 두둑해져 있었고 내 실수로 뭔가를 놓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학교에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남은 여정을 보냈다.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가는 길

 

오빠는 뉴욕에서 혼자 이틀을 더 보낸 뒤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미준모 카페에서 찾아보니 뉴욕에 거주하는데 집-도서관만 오갔는데도 코로나 걸렸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오빠는 여행동안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 도착 하루 전에 검사를 받고 결과지를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야 했어서 같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뉴욕만 그런 건지 미국 전체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검사 사설 업체가 굉장히 많았고 골목골목에 작은 부스 형태로 운영하는 곳들도 꽤 있었다. 우리는 Central Park 근처에 1시간 내로 결과가 나오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Sameday Testing

 

직원분한테 폰으로 예약 내역을 보여주고 잠시 대기 한 뒤 검사를 받았다. 한의원 뜸 치료 유경력자라 그런지 한국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검사할 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교환학생 준비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학교 가기 전에 코로나 양성 나와서 수업 일정에 차질 생기는 것'이었다. 이미 교환학생을 간 지인 중에 확진돼서 학교로 못 돌아가고 자가격리한 사람이 있어서 더 긴장됐었다. 미국이야 이제 코로나 걸리고 낫는 걸 감기 걸리고 낫는 것 쯤으로 여긴다지만, 나는 한국에서 항상 코로나에 예민했어서 스트레스가 심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행복하게 준비하지 않았을까...

 

 

 

검사소 근처 카페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음성 결과가 나왔다. 맨하튼 처음 도착했을 때만큼 행복했다 ㅠㅠ

바로 학교 홈페이지에 결과지 pdf를 업로드했다.

 

 

 

Central Park

 

Central Park에 왔다. 공원 산책을 하는 날이었는데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사진에서 엄지척 하고 있는 이유는 좋아서가 아니라 우산 펴다가 피 철철 난 거 오빠 보여주려고ㅋㅋㅋㅋ 그럼에도 행복해보이는 이유는 코로나 음성 나와서ㅋㅋㅋㅋㅋ 반창고를 가방에 안 챙겨와서 쥐고 있던 핸드폰이 피로 얼룩덜룩...

 

 

 

동상, 벤치, 그리고 나

 

우산에 찧인 손가락이 아프기도 했고 버스 상황도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서 호텔로 돌아가느라 공원을 오래 둘러보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와서 조금 더 오래 걸어보고 싶다. 정각마다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듣기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들도 모두 평화로워 보였다. 이곳에 공원이 있기 전에 누군가가 '뉴욕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심 속 공원은 정말 소중한 존재인 거 같다.

 

 

 

Peter Luger Steakhouse

 

호텔로 돌아가서 확인해보니 역시나 버스는 여전히 캔슬. 우버를 타고 브루클린으로 넘어갔다. 브루클린 Dumbo도 그렇지만 이 스테이크집이 엄청 유명해서 예약 가능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서 브루클린으로 오는 일정을 어떻게든 만들어냈다. 학교에 온 뒤로 브루클린이 고향인 학생이 있어서 여길 아냐고 물어봤는데,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본인한테 애인 생기면 가야되는 식당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한다ㅎ

 

 

 

와인, 빵, Sliced tomato and onion

 

전날 피곤할 때 와인 마시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역시나 안 시킬 수 없었다. Sliced tomato and onion은 말그대로 슬라이스된 토마토랑 양파였는데, 엄청 평범한 메뉴인 것치고는 가격이 꽤 나갔다. 그래도 스테이크랑 같이 먹으니 무지 맛있긴 했다. 빵은 먹으면 배부를까봐 한 조각만 먹었는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 포장해서 챙겨갔다.

 

 

 

겉바속촉 스테이크

 

스테이크는 집에서 직접 해먹을 때 가장 맛있고 가성비 높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서 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 그 믿음이 깨져버렸다. 이런 겉바속촉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Peter Luger 소스가 유명해서 한국에서도 팔길래 연말에 집에서 스테이크 먹을 때 맛봤었는데, 그땐 달고 평범했었던 거 같은데 여기서 먹으니까 또 색달랐다. 토마토, 양파랑도 너무 잘 어울렸다. 엄마랑 꼭 다시 오고 싶은 식당이었다.

 

 

 

눈보라가 밉다... Trailways가 밉다... 

 

카페에 왔다. 오빠는 산책을 하겠다며 나갔고 나는 학교로 갈 방법을 열심히 모색했다. 버스가 취소될 정도로 위험한 날씨에 다 감수하고 택시를 타고 갈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어떤지도 모르는 공항에서 밤을 샐지, 번거롭더라도 공항 근처 호텔을 알아보고 하루만 묵을지 고민이었다. 같이 가는 친구 없이 혼자 가는 거라 더 멘붕이었다. 교환학생 채팅방에서 같이 택시 타고 갈 사람을 구하는 메시지가 올라와서 같이 타고 가고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친구들이랑은 안 탔고, 한국인 친구 한 명 대만 친구 한 명 총 셋이서 택시를 타고 학교를 가게 됐다.

 

 

 

Dumbo

 

Dumbo 도착! 조금 더 밝을 때 왔으면 좋았을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트레이드마크인 Manhattan Bridge는 아주 선명하게 잘 보였다. 쭉 걸으니 야경도 보이고, 회전목마와 경치 좋은 식당들도 보였다.

 

 

 

Brookyln Bridge

 

맨하튼으로 다시 넘어갈 땐 Brookyln Bridge를 직접 건너갔다. 비바람 때문에 굉장히 험난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념해보려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언제 다시 비바람 휘몰아치는 날에 Brooklyn Bridge를 건너보겠어! 저녁은 밖에서 먹을까 하다가 호텔에서 순두부찌개와 비지찌개를 배달시켜 먹었다.

 

 

 

학교로 가는 길

 

국내여행은 휴식이 간절해서 떠나는 편이라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지만 해외여행은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보니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다. 교환학생 준비 때문에 정신 없어서 오빠가 계획을 거의 혼자 다 세웠는데 덕분에 여행을 알차고 안전하게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10일 아침 한인택시를 타고 JFK 공항에 이동해서 무사히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서 엄마랑 헤어질 땐 울컥했는데 이땐 학교 가는 거에 혈안이 되어있었어서 작별인사고 뭐고 오빠랑 순식간에 헤어졌다. SYR 공항에선 같이 택시를 탈 친구들을 만나서 학교로 이동했다. 중간에 시야가 온통 하얘져서 무서웠지만 두시간반 가량 달린 끝에 캠퍼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고생 마음고생의 시작 하하하

 

 

 

험난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