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d States] 미국 교환학생을 마치며

2023. 10. 10. 18:31Life/United States

2022년 1월초에 미국으로 떠나 5월초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라는 아주 큰 변수로 인해 떠나기 직전까지 반신반의 했던 교환학생이지만,

생각 외로 코로나로 인한 문제보다는 다른, 그리고 아주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룸메 문제는 아직도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패쓰 ^^)

 

 

 

준비 과정부터 우당탕탕

 

교환학생 준비 과정부터 차근차근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이었지만 작년 일이라고 벌써 가물가물해져서 간략하게나마 써보려고 한다.

카테고리를 나눠서 써보려고 했는데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쓰기로 했다. 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회고의 의미로..!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들은 저마다 아주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간다고 해도 현지 생활은 학생마다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예상했던 것과 현실이 많이 달랐을 때 이 사실을 떠올리며 다른 목표를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학교에서 열리는 하키 경기

 

많은 학생들이 미국보다는 유럽을 선호한다.

대학 랭킹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미국은 학비가 비싸서인지 랭킹 조회조차 되지 않는 학교인 경우가 많다)

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여행 가기가 좋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관심 분야가 유럽 대학에서 더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부모님께서 미국만 허락하셨고 나도 유럽보다는 미국을 먼저 경험해보고 싶어서 미국 대학을 선택했다.

학점 걱정 없이 놀다오기보다 경험과 스펙을 쌓고 오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당시에는 이를 충족할만한 학교를 고르는 방법을 몰랐다.

사실 아직도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가며 잘 고르는 방법은 모르겠다.. 모두 학점의 문제요...

 

 

 

굉장히 수상한 학교의 위치

 

확실한 것은 구글맵을 켜서 학교를 검색해보고, 주변에 식당, 편의시설이 거의 없으면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

구글에서 한국어로 학교를 검색했을 때 글이 하나도 안 나온다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내 이야기다)

뉴욕'주'면 시골이더라도 뉴욕'시'와 어느 정도는 비슷하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내가 간 곳은 정말 학교밖에 없는 곳이었다.

다운타운에 먹을만한 식당은 솔직히 말해서 피자집 하나밖에 없었다. 토요일마다 룸메이트랑 피자를 먹는 루틴이 생겼었다.

공부하기엔 최적의 장소라는 학생들의 후기가 꽤 있었지만, 학기 내내 정말 공부만 하다 간다는 생각에 많이 속상했었다.

대신 학기 중에 짧은 방학이 두 번 있고, 학기 전후로도 여행을 갔어서 이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

 

 

 

문제의 LAX 공항. 공동운항 절대 타지 말 것 메모메모

 

교환학생 동안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전공 지식, 새로운 문화도 아닌 '낯선 땅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다.

보스턴 여행을 갔을 땐 현지 친구와 갔어서 당황할 일이 적었지만, 뉴욕에서 LA로 갈 때, LA에서 뉴욕으로 돌아올 때

전부 항공편 문제로 고생을 엄청 했어서 이제 웬만한 문제들은 나를 당황시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실제로 분명 부스터샷 면제를 받았는데 내가 지정 날짜까지 부스터샷을 맞지 않아 캠퍼스 내 모든 시설에 들어갈 수 없다는 메일이

전공 교수님들한테 전부 전송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럴 줄 알았다~ 하며 덤덤하게 문의 메일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ㅋㅋㅋ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오로지 나 뿐이고 내 문제를 설명할 대상은 전부 외국인인 상황에 여러 번 놓이다 보니

예상밖의 일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와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가장 아쉬운 것은 학부연구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전공 4과목 중 2과목만 전공으로 인정받게 되어서, 나머지 2과목은 좀 더 프리한 교양과목을 들었다면

학부연구생을 할 여유가 생겼을텐데 과제량이 엄청난 전공과목만 4과목을 들어서 많이 빠듯했다.

 

 

 

아직까지도 연락이 오는 handshake

 

현지 친구가 이곳 학생들은 handshake 사이트를 많이 쓴다고 해서 학교 메일 계정으로 가입하니 연락이 많이 왔다.

하지만 기업에서 조건에 부합하는 학생들에게 연락을 무작위로 뿌리는 방식이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다른 종류의 비자를 발급받고 와야한다고 말하면 팽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되어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만약 교환학생을 1년 동안 했더라면 1학기와 2학기 사이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을 것 같긴 하다.

 

 

 

네 번의 여행 중 가장 정신 없고 즐거웠던 뉴욕 여행

 

올해 상반기의 이 경험에 대해, 즐거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분명 즐거운 것들도 있었다.

대학 입시 + 코로나로 인해 해외 여행을 갈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교환학생을 빌미로 뉴욕, LA, 보스턴을 다녀올 수 있었던 것,

운 좋게 같은 시기에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여행 다닌 것,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취약한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4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교환학생으로 지낸 4개월이 아니라 몇 년 간 해외에 있다고 가정할 때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며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어떤 각오를 필요로 하는지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코로나, 여행, 입출국, 항공편 관련해서 미준모 카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총기 사고는 정말 남 일이 아닌 것 같다. 옆 학교에서 한 학생이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고 (룸메들은 와중에 술 마시러 나갔었다)

다행히 여행동안에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맨하튼에서 총기 사고, 아시안 혐오 범죄가 빈번히 발생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게 신기할 정도로 일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듯 하다.